저는 회사에서 준 교육을 제대로 듣지 않아요 - 어느 마케터의 고백
"회사에서 준 그저 그런 온라인 교육, 사실 내 업무에 당장 도움이 되지도 않는건데 그거 들을 여유도 없어요."
재구성하였습니다. H님은 'H'로, 에디터는 'E'로 표기하였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 중, 마케터로 3년째 일하고 있는 'H님'이 있습니다. 그 분이 하는 일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성과가 자꾸 떨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라며 토로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매출과 깊게 연관되어 있는 마케터라면, 이 '성과'라는 것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예산을 쓴 만큼 매출을 내는 것은 기본이고, 더 많은 매출을 내야 하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떨어지는 성과에 민감하고, 성과를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합니다.
그런 노력 중의 하나가 바로 '강의'일 것입니다. 마케팅 성과와 관련되어 있는 주제를 다루는 강의를 찾아서 듣고, 배워서 그 내용을 실무에 적용하는 것이죠.
굳이 성과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더 능숙하게,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잘 모르는 것을 배우고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강의를 듣습니다.
(누구나 실무에 쓰는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 같은 업무 생산성 툴 강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강의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강의실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강의, 일회성 세미나, 웨비나 혹은 컨퍼런스. 그리고 실무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사서 들어봤을 '온라인 강의'가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강의는 내가 관심 있거나 필요한 주제에 대한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때에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메리트이기에, 지인인 H님도 정말 많은 마케팅 관련 온라인 강의를 사서 틈나는 대로 봤다고 합니다.
H: 제가 온라인 강의에만 300만원 정도 썼어요. 300만원이요.
E: 꽤 많이 쓰셨네요?
H: 그렇죠? 제 주변에도 강의에 저만큼 쓴 사람이 없다니까요.
E: 근데 그렇게 많이 샀으면 보는 것도 벅찼겠어요.
H: 보는 거는 문제가 안되요. 짬 내서 보면 되니까. 근데 진짜 문제는요,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는 거에요.
E: 왜요? 그냥 강의도 아니고 마케팅 강의잖아요. 꽤 전문적인 내용 아니에요?
H: 전문적이긴 하죠. 그게 너무 뻔한 얘기라서 그렇지.
H님은 자신의 일에, 마케팅에 꽤나 진심인 사람입니다. 스스로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케팅 강의에 꽤 많은 투자를 할 만큼, '배움'과 '자신의 성장'에 적극적인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H님에게는 온라인 강의가 도움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마케터를 위한 마케팅 강의가 정작 마케터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다는 게 의아했기 때문입니다.
H: 강의가 너무 일반적인 내용이에요. 가령, 마케터만 아는 얘기이긴 한데, 페이스북 광고를 하려면 '광고 관리자'를 쓸 줄 알아야 해요. 광고 관리자를 세팅해서 광고를 집행할 수 있거든요.
E: 마케팅 할 때 쓰는 툴 같은 건가보네요.
H: 그렇죠. 그 툴을 써야 광고를 할 수 있는 건데, 강의에서는 그 툴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기능이 있는지, 어떤 지표들을 볼 수 있고, 그 지표가 뭔지까지는 알려줘요. 기본적인 거는 알려줘요. 근데 그게 다가 아니거든요.
E: 다가 아니다?
H: 기능을 세팅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떤 지표의 성과가 떨어졌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고 실행하는 거에요. 예산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고, 타깃 설정을 바꿔야 할 수도 있고, 광고 소재를 바꿔야 할 수도 있고...
어려운 이야기이긴 한데, 상황에 따라서 해야 할 조치가 매번 달라진다는 거죠.
근데 온라인 강의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건 이렇게 해야 되고, 안되면 이렇게 해라'라고 하는 대응책은 안 다루잖아요?
E: 기본만 알고 있으면 마케팅 업무하기는 어렵겠네요.
H: 그런 셈이죠.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소비자를 우리 제품의 고객으로 만들려면,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사게끔 만들려면 고객에게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의에서 그러더라구요.
저는 무슨 말인지 알아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동시에 반감이 든다니까요.
'그래서 그런 콘텐츠는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건데?', '우리 제품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건데?' 싶은 거죠.
E: 어떻게 보면 H님한테는 허울 좋은 얘기일 수도 있겠네요.
H님은 온라인 강의가 '내가 모르는 지식을 아는 것'에는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지식을 업무에 활용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H님이 처한 '특별한 상황'은 강의에서 다루고 있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거리가 있었고, 그렇기에 일반적인 내용을 '내 업무의 특별한 상황'에 적용하려 해봐도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H: 저는 온라인 강의 중에 완강한 게 거의 없어요. 알면 좋긴 한데, 지금 내가 일하는 데는 당장 쓸모는 없는 그런 내용이라서요.
요새 회사에서 자꾸 온라인 강의를 사서 주더라구요. 들으라고. 안 들으면 안 듣는다고 메시지 오고.
E: 메시지도 와요?
H: 인사팀에서 닦달하더라구요. 아마 강의 진도율 보고 하나도 안 들으니까 그러는 거 같아요. 그쪽한텐 미안한 얘기지만, 당장 일하기 바쁜데 저한테 도움도 안 되는 걸 제대로 각 잡고 들을 여유가 없거든요.
요새 하고 있는 프로모션이 있는데, 그거 성과 개선하는 방법 알려주면 또 모를까...
H님은 누가 옆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일일이 짚어줘가며 알려줬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강의 내용에서 실무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다뤄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실무자 대상으로 흔히 온라인 강의 형태의 실무 교육을 제공합니다.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만으로도 직원의 성장에 관심이 높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실무자에게 필요한 교육이란, 수박 겉핥기 식의 이론이 아니라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당장 써서 '내 업무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