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시대,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
스마트팩토리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제조 현장에도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설비 가동률, 불량률, 공정별 생산량 등 과거에는 수기로 기록하거나 아예 수집하지 못했던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축적되고 있죠. 자연스럽게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옵니다.
많은 기업이 전문 데이터분석가를 채용하거나 외주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우려가 생깁니다. 외부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를 현장 실무자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까요? 데이터를 읽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역량, 즉 데이터 리터러시가 없다면 분석 결과는 그저 숫자 나열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HRD 담당자들 사이에서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입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파이썬이나 R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그리고 통계 기초를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산 현장 실무자들이 한 달에 반나절 모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교육이 가능할까요?
이 글에서는 기존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의 한계를 짚어보고, 생성형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근법을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기존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의 한계
그동안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은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파이썬이나 R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 기초 통계 개념을 익힌 뒤,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순서죠. 논리적으로는 맞는 접근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방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진입장벽입니다. 영업, 생산, 품질, 재무 등 비개발 직군의 실무자들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는 낯선 영역입니다. 코드 한 줄을 작성하기 전에 개발 환경을 설치하고 세팅하는 것부터가 허들이 됩니다. 학습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생기면,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도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의 문제입니다. 국내 한 자동차 제조사의 HRD 담당자는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생산공장이 너무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반나절 정도만 모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뭘 가르쳐야 할지, 반나절 교육으로 효과가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파이썬 기초 문법만 익히는 데도 수십 시간이 필요한데, 반나절로는 시작조차 어렵습니다.
세 번째는 학습과 적용 사이의 간극입니다. 파이썬 데이터 분석 교육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실습 과제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타이타닉 생존자 예측하기'입니다. 흥미로운 주제이고, 분석 기법을 익히기에도 좋은 예제입니다. 하지만 교육이 끝나고 현업에 돌아오면 어떨까요? "재밌었는데, 그래서 이제 뭘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만 남게 됩니다. 실습에서 다룬 내용과 실제 업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사이에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조 현장의 실무자가 타이타닉 데이터가 아니라 SAP에서 추출한 생산 데이터를 분석해야 하는데, 교육에서는 이런 맥락을 전혀 다루지 않는 거죠.
생성형 AI가 바꾸는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
그렇다면 방법이 없는 걸까요? 다행히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데이터 분석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코드를 직접 작성해야 했습니다. 데이터를 불러오고, 정제하고, 시각화하고, 통계적 분석을 수행하는 모든 과정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해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생성형 AI에게 "공정별 불량률을 비교하는 파이썬 코드를 작성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분석 코드를 생성해줍니다. 실무자는 이 코드를 복사해서 실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보안상 데이터를 외부에 업로드할 수 없거나, 데이터 용량이 너무 커서 직접 분석을 맡기기 어려운 경우에도 이 방식이라면 문제없습니다. 데이터는 사내 환경에 그대로 두고, 분석 코드만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생산 라인에서 불량률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가정해보죠. 기존 방식이라면 데이터분석가에게 요청하고,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결과를 해석해달라고 다시 요청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현장 담당자가 직접 "최근 일주일간 라인별 불량률 추이를 비교하는 코드를 작성해줘"라고 요청하고, 생성된 코드를 실행해서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시간이 며칠에서 몇 시간으로 단축되는 거죠.
물론 코드를 직접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몰라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분석이 필요한지 정의하고, AI가 생성한 코드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을 외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역량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도구가 편해진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에는 "기술 습득 → 데이터 분석"의 순서였다면, 이제는 "문제 정의 → AI 활용 → 데이터 분석"으로 바뀝니다. 실무자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도 달라집니다. 코딩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 그리고 AI가 제시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이 접근법은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 효과적입니다. 생산 공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 실무자입니다. 어떤 데이터가 중요한지,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그들이죠. 문제는 그동안 기술적 장벽 때문에 데이터를 직접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생성형 AI는 이 장벽을 허물어줍니다. 현장을 이해하는 실무자가 직접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접근법을 위한 교육 설계 포인트
생성형 AI를 활용한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이 효과를 내려면, 교육 설계 방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히 기존 커리큘럼에서 파이썬 대신 ChatGPT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몇 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첫째, 도구가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설계해야 합니다. 앞서 타이타닉 실습의 한계를 언급했는데요, 생성형 AI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습에서 다루는 문제가 실제 현업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제조업 생산담당자라면 생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량 원인을 분석하거나, 설비 가동률을 비교하는 과제를 다뤄야 합니다. 교육에서 경험한 문제 해결 과정이 현업에서 그대로 적용될 수 있어야 "배웠지만 쓰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학습자 수준에 맞는 단계별 설계가 필요합니다. 제조 현장에는 연령대가 높거나 디지털 도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학습자들이 실습을 따라가지 못하면 교육 효과는 급격히 떨어집니다. 따라서 학습자의 수준을 사전에 파악하고, 커리큘럼의 난이도와 속도를 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실습 과정에서 충분한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학습자가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막히지 않도록 AI 기반의 실시간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강사와 보조강사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어려움을 즉시 해결해주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이런 지원 체계가 있어야 학습자 누구도 뒤처지지 않고 끝까지 따라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장을 이해하는 교육 파트너를 선택해야 합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HRD 담당자가 "제조업 생산공장을 이해하고 있는 강사가 강의해주면 좋겠다"고 했던 것처럼, 교육의 효과는 강사가 현장의 맥락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제조업 실무자들이 실제로 어떤 데이터를 다루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아야 현장과 연결된 실습 과제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파이썬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데이터를 활용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무자를 키우는 것이 진짜 목표입니다.
생성형 AI는 이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를 바꿔놓았습니다. 더 이상 프로그래밍 언어를 먼저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정의하고, AI의 도움을 받아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졌습니다.
한 달에 반나절, 그 짧은 시간으로도 실무자들이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만드는 것. 불가능해 보였던 이 과제가 이제는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HRD 담당자라면 이 변화에 맞춰 교육의 방향을 재설정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