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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Agent 시대, 회사 데이터는 아직 연동되지 않았습니다

사내 데이터가 AI 에이전트에게 완전히 열리는 순간을 가정하면, 지금 준비해야 할 세 가지 판단이 보입니다. AX가 실제로 걸려 있는 지점을 짚습니다.

AI Agent 시대, 회사 데이터는 아직 연동되지 않았습니다

핸즈온 마지막 날, 한 참가자가 만든 자동화 도구를 시연합니다. 버튼 하나를 누르니 주간 보고서가 완성됩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팀장이 묻습니다. 이 숫자는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참가자가 답합니다. 아침마다 세 개 시스템에 따로 들어가서 각각 받아 붙였어요. 도구가 하는 일은 그 다음부터입니다.

이 장면은 여러 기업의 핸즈온 현장에서 반복됩니다. 자동화는 됐는데 데이터를 모으는 손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이 문제를 풀겠다고 사내 데이터를 연동한 AI 플랫폼을 들이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플랫폼을 들인 뒤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됩니다.

자동화는 됐는데, 데이터는 여전히 사람이 나른다

이 패턴은 핸즈온이 끝난 뒤에도 반복됩니다. 참가자가 만드는 자동화 도구는 대개 코드 몇 줄로 완성됩니다. 데이터를 받으면 정리하고 계산하고 표로 만드는 일은 AI가 순식간에 해치웁니다. 문제는 그 앞 단계입니다. 이번 주 매출, 이번 달 불량 건수, 최근 고객 문의 이력은 회계 시스템과 생산관리 시스템과 고객관리 시스템에 따로 흩어져 있고, 이 화면들을 하나씩 열어 각각 받아오는 손은 여전히 사람입니다.

AI Agent(Codex나 Claude Code 같은 도구)를 도입한 조직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됩니다. 에이전트에게 파일만 넘겨주면 처리와 판단은 순식간입니다. 그런데 그 파일을 만드는 일, 사내 시스템에 들어가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꺼내는 일은 에이전트가 대신하지 못합니다. 에이전트에게는 애초에 그 시스템에 들어갈 권한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이 앞 단계만큼은 그대로 사람 손에 남습니다.

사내 데이터 연동 플랫폼을 들여도, 같은 자리에서 막힌다

이 앞 단계를 풀어보려고 사내 시스템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흔히 돌아오는 답이 있습니다. 회사 보안 때문에 아무것도 못해요. 여기서 멈추는 조직도 있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직도 늘고 있습니다.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문서를 찾아 답하는 챗봇(RAG 기반)을 만들거나, 화면과 화면 사이를 자동으로 잇는 워크플로우 자동화 도구(n8n 같은)를 들여와 사내 데이터를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별도 구축형 플랫폼을 도입하는 사례를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들여온 플랫폼도 앞서 본 문제를 그대로 남깁니다. 하나는 이 플랫폼이 AI Agent와는 별도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에이전트를 도입해도 플랫폼이 쥐고 있는 데이터에는 손을 못 대니, 에이전트는 여전히 반쪽짜리로 남습니다. MES와 연동해 생산 데이터를 불러오는 자체 AI 플랫폼을 구축한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챗봇에게 오늘 불량률을 물으면 바로 답이 나오지만, 그 값을 다음 작업에 쓰려면 사람이 화면에 뜬 숫자를 다시 옮겨 적어야 합니다. AI Agent는 이 플랫폼 안에 들어가 있는 데이터에 손을 댈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 플랫폼 대부분이 브라우저 안에서 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업무는 브라우저 밖, 로컬 PC나 사내 클라우드 PC에서 엑셀을 열어 처리됩니다. 브라우저 기반 플랫폼이 손댈 수 있는 업무는 처음부터 제한적입니다.

안되는 것에 집중할 것인가, 열리는 미래에 집중할 것인가

안 되는 이유를 계속 찾는 것과 가능해진 순간을 상상해보는 것은 다른 결과를 냅니다. 안 되는 이유는 오늘도 하나 더 찾아낼 수 있지만, 그 순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가능해졌다고 가정해야만 보입니다. 사내 데이터베이스가 열려서 AI Agent가 시스템 어디에나 접근할 수 있고, 브라우저 안이든 밖이든 가리지 않고 움직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순간 조직에 진짜 필요해지는 건 세 가지 판단입니다.

첫째, 이 데이터를 에이전트에게 넘겨도 되는지입니다. 매출 데이터 안에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숫자도 섞여 있고, 고객 정보 안에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항목도 있습니다. 이 구분은 시스템이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둘째, 어떤 형태로 바꿔 넘길지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데이터가 그대로 에이전트에게 쓸모 있는 건 아닙니다. 항목 이름을 통일하고 필요한 범위만 추려 에이전트가 읽을 수 있는 구조로 정리하는 규칙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 파일은 천원 단위로, 다른 파일은 원 단위로 매출을 적어두면 에이전트는 그 차이를 모른 채 그대로 더해 틀린 합계를 냅니다. 병합된 셀로 정리해둔 엑셀은 에이전트가 값을 아예 잘못된 자리에서 읽어옵니다. 과거 10년치 재무제표를 통째로 넣고 필요한 답을 뽑아달라고 하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 형식 앞에서 에이전트가 엉뚱한 숫자를 짚어냅니다.

셋째, 결과가 어떤 데이터로 나와야 하는지입니다. 정형 데이터로 받아야 다음 시스템에 바로 넣을 수 있는지, 사람이 읽는 보고서 형태의 비정형 데이터로 받아야 하는지부터 다릅니다. 정형 데이터로 받기로 했다면 어떤 항목을 어떤 형식으로 채울지도 미리 정해야 합니다. 이 정의가 없으면 에이전트가 결과를 내놓아도 담당자가 그 결과를 원하는 형식으로 다시 고치는 작업을 떠맡습니다.

이 세 가지는 연동이 열리는 순간 급하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그 업무를 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고, 아직 글로 나온 적이 없는 판단입니다. 미리 정리해둔 조직은 연동이 열리는 날 바로 쓰고, 정리해두지 않은 조직은 그날부터 다시 이 세 가지를 정의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이 정리는 IT가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어떤 데이터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지, 어떤 형태가 다음 업무에 쓸모 있는지는 그 업무를 매일 하는 사람만 압니다. 이 판단을 훈련하고 글로 옮기게 만드는 설계가 HRD의 자리입니다.

이 세 가지를 정리해도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정리한 판단 기준을 AI Agent가 사내 시스템에 직접 접근해 쓰기까지 하도록 권한을 넘기는 일입니다. 지금 이 권한 문제까지 풀어둔 조직은 거의 없습니다. 읽어서 꺼내오는 것과 시스템 안에 직접 쓰는 것은 전혀 다른 위험을 지고, 그 위험을 누가 책임질지는 아직 아무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시스템과 AI Agent가 완전히 연동되어, 미리 정해둔 판단 기준에 따라 데이터를 넘기고 형식을 맞추는 처리 자체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날이 아예 오지 않을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 기준을 정하는 몫까지 자동화되는 건 아닙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조직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순간 바로 쓸 수 있도록 지금 판단 기준부터 정리해두는 것입니다.